2004.3.16.화 ..[뚱땡이 만나다] 감동 출산기..

       

      2004.3.15 아침 6시 40분

      드디어 말로만 듣던 이슬이 비치면서 10분간격으로 진통이 시작 되더니..

      헉...이후 스무시간 내리

      진통이 온다

      10분 간격으로 쭈~욱..

       

      병원에 일찍 가봤자 힘들기만 하다는 사람들의 얘길 하도 많이 들어서

      하늘이 노래진다는데 어디 그때까지 함 참아보기로 했다

       

      2004.3.16 새벽 3시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진통이 5분간격으로 좁혀졌다

      진통이 오는 2~30초 동안은 정말 하늘이 노란거 같기도 하다

      며칠전부터 잘 보이는 곳에 챙겨놓은 입원 준비물 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향한다

      진통 중에도 초저녁부터 감기기운이 있는 호서방 걱정이 된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 차 문고리를 잡고 진통을 견딘다

      차가 덜컹일 때마다 죽을지경이다

      호서방이 뭐라고 말을 시키는데 말이 다 안나온다

      푸~~~하~~~ 호흡을 가다듬는다

      애기 나올 땐 이 보다 더 아푸단 말이지..?

      그 와중에도 그 생각이 드는걸 보니 ..아직 멀었나 보다

       

      병원도착

      새벽이라 뒷문으로 들어가 분만대기실까지 계단으로 올라간다

      분만대기실 앞에서 인터폰으로 간호사를 호출..분만대기실 자동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나와

      날 데려간다

      신랑은 밖에서 기다리란다

      에... ㅡㅡ;;

      벌써 낳으러 가는건 아니겠지만 호서방 없이 혼자 들어가려니 ..무섭다

       

      슬리퍼로 갈아 신으란다

      그리고는 침대가 쭈~욱 놓여있고 그 사이를 달랑 얇다란 커튼 한 장씩으로 가려 놓은

      그쪽으로 날 데려간다

      간호사가 그 중 한 침대에 나보러 누우란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눕는다

      헐렁한 입원복으로 갈아입으니 영락없는 환자같다

      잠시 누워 대기하는데 조용한 음악이 들린다

      뭐 분위기는 이만함 좋군..싶다

      생각해보니 간호사도 이뿌고 친절하다

      간호사가 다시 와서는 이것저것 묻는다..키 몸무게 출산유무 병력 등등..

      근데 나보고 자꾸 사모님 사모님..한다

      나 사모님 아닌데..

      헥..잘 들어보니 사모님이 아니고..'산모님'..이다  ^^;;

      ㅎㅎ

       

      "산모님.. 무통주사 맞으시겠어요?" 묻는다

      무통주사에 관해 아는 바는 없지만 담당의사가 진료 중에 해준 말이 기억났다

      자길 믿고 무통주사는 꼭 맞으라고.. 의사말을 빌자면 지옥과 천당 차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무서운데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맞을래요.."했더니

      8만원 추가란다

      지옥과 천당 차이라는데 그깟 몇마눤이 문제겠는가..

       

      간호사가 오더니 "산모님 내진 좀 할께요.." 한다

      어허허헉..드디어 말로만 듣던 공포의 첫 내진 순간이다

      애기 낳는거 보다 더 아푸다던 그..

      온몸에 힘이 빡 들어간다

      예뿌고 친절한 간호사가 "힘빼세요 그래야 덜 아파요"한다

      무서워서 힘이 안빠진다

      간호사가 일회용 비니리 장갑을 손에 끼는게 보인다

      그러더니만...

       

      남자들은 이 고통 절대 모를꺼이다

      간호사 언니..참 잔인하도록 열심이다

       

      이 악물고 견딘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는거 하난 잘하는거 같다

       

      "아이도 많이 내려왔고 질도 많이 부드러워졌네요.."한다

      안심이다 일단은 순조로운거 같아서..

      얼마나 열렸냐 물으니 이제 2cm정도 열렸다 한다

      에게..2cm..불안하다 다시 불안해진다..10cm가 열려야 아가가 나오는데

      이제 2cm라니..

       

      제모..

      간호사가 면도칼을 들고 온거 같다

      "제모 좀 할께요" 하더니 쓱쓱 민다

      근데 다 안밀고 반 만 민다..난 안보이지만..참 웃기겠구나 싶다

      관장..

      "20분 참으세요"

      켁..20분이나 우째 참는다냐..

      다른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10분 참으라 했다는데도 못참고 2~3분만에 뛰어간다는데..

      은하가 당부하던 말이 기억난다

      자기도 오래 못 참아서, 나중에 진통하랴 화장실 가고 푼 배 아푸랴 고생했다고..

      나보고는 꼭 시간 채워서 참으라 했다 ^^;;

      참는다 꾹꾹..

      어라? 견딜만 하다

      10분..속이 부글거린다.. 20분..벌써 다됐네 그려

      25분..이제 가볼까? 30분..으아으아..오버했다..가자가자가자..

       

      막 달려(?) 변기에 앉으려는데 누군가가 급하게 노크를 한다 똑똑 똑똑..

      우찌할까? 고민하다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얼굴 새파래진 산모가 서있다

      자기도 관장했단다..ㅡㅡ;

      우째 이런 일이..

      나도 급하지만 이 산모 넘 불쌍해 보여서 "먼저..쓰세요.."하고 나오려니

      간호사가 쫒아온다

      알고 보니 화장실이 두 개다..내가 들어간 바로 옆에..그럼 그렇지..^^;;

      각자 다시 들어간다

      앉자마자 천둥 소리가 난다..소리만 무쟈게 요란하다 민망민망..밖에 다 들리겠다

       

      어라..근데 이 와중에 진통이 온다

      이게 뭔 꼴이다냐..변기를 잡고 진통을 하고 있으려니..으..죽갔다

      시간은 자꾸 가고..진통은 계속 되고..나오기도 계속 나온다..^^;

      밖에서 간호사가 날 부른다..아..정말 창피하다..아직 멀었냔다

      멋쩍게 웃으며 나갔다 "저..어기..진통이 와서여..^^;;"

      무통주사땜에 마취과 선생님이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주사관을 미리 삽입한다고 돌아누우란다

      척추 여기저기를 눌러본다

      옷을 들추니 썰렁한게 더 불안하다

      이래저래 설명이라도 있으면 덜 불안할텐데

      이 마취과 선상은 자기 할 일만 열심이다

      결국 내가 묻는다

      "아파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이 날아온다

      "아니, 그냥 따끔..주사 맞을 때 처럼요..따끔해요"

       

      그말을 다 믿은건 아니지만 ..배신감이 든다

      뼛 속을 찌르는 기분나쁜 느낌..

      아푸기도 아푸거니와 그 느낌은 말할 수 없이 불쾌하다

      여러 차례 척추에다 바늘을 찌르고, 아니 푹푹 꽂고

      꽂은상태에서 그 바늘을 뚝뚝 부러뜨리는 듯한 느낌이 난다

      관만 삽입한거라는데 벌써 허리가 아푸다

       

      다 됐다며 똑바로 누우라는데 아파서 등을 바닥에 못대겠다

      다시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애기도 낳기 전에 모가 이리 아푼 건지..

      진통이 올 때마다 허리가 무지하게 아파온다..이런..괜히 했나?

       

      진통간격과 아기 심장소리를 체크한다며 배에다 장치를 연결한다

      진통이 올 때마다 기계의 숫자가 막 올라가다가 진통이 사라지면 숫자도 '0'으로 떨어진다

      자궁수축 수치인 것 같은데..신기하다

      진통이 오면 이를 악물면서도 숫자에 눈이 간다..

      아직 이 정도 여유가 있으니..

      잠시 잠깐

      애기 낳는게 별거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태어나서 해 본 가장 큰..착각..

       

       

      진통이 아직 5분간격이다..징하다..

      10분간격 진통 온 것처럼 스무시간을 이러구 있는건 아니겠지..

      간호사가 그런다 "정확히 5분간격 이네요.." 그럼시롱 웃는다

      정확히 5분 간격이라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아파죽겠구만..ㅡㅡ* 이뿌니까..봐줬다

       

      오른쪽 옆 침대에선 남자 목소리가 난다

      옆 산모 신랑인가보다

      둘이 하는 얘길 들어보니(저절로 다 들린다..커튼 하나사이니..쩝..) 예정일이 한참 지났는데

      진통이 안와서 혹은 가진통이 있어서 온거 같다..유도분만을 할 듯..

      입원실로 갈려니깐 지금 올라가면 '야간입원'으로 쳐져서 입원비가 비싸 지는 듯 했다

      그래서 한 두시간 기다리려는 모양이다

      앗..왼쪽 침대엔 얼핏 듣기에도 꽤 고통스러워 하는 산모가 들어왔다

      내진을 하는 모양이다..신음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내가 다 아푸다

      "어머 산모님..많이 참고 오셨나봐요..6cm 나 열렸네요" 한다

      이런.. 너무 부럽다

      나보다 빨리 낳겠구나 싶으니 약간 초조해 지기까지 한다

      옆 침대 산모가 또 가뿐 숨을 몰아쉰다

      진통하는 소리랑 숨소리까지 들리니 미칠 지경이다

      나도 아파 죽겠는데 2cm 열린거 가지고 신음소리 내려니 쪽(?)팔리다

       

      아직도 호서방은 들어오질 못하고 있고..그래서 가족분만실로 가겠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하루에 8마눤인가가 또 추가란다

      다 돈이구나..흠흠..

      이젠 좀 너무 하단 생각이 든다

      아기 낳는 고통을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조금이라도 줄여볼라치면 다 돈을 내란다..

      싫으면 그냥 아푸셔~~ 꼭 이러는거 같다..예민해진 탓이리라..

      얄미워서라도 그냥 아무데서나 슴풍 낳고 싶지만

      진통이 다시오자 바로 무너진다..

      '가족분만실로 빨랑 데려다죠여..'

      가족분만실 청소 중이니까 끝나면 바로 데리고 간다고 한다

       

      태동검사..

      정기검진할 때 해봤던 검사다

      아기가 움직이면 버튼을 누르라는데

      지금은 진통만 오지 태동은 전혀 못느끼겠다

      약간 걱정스러워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묻는다

      "아기 지금 자는 시간이예여..?"

      이런..

      것도 질문이라고 ..이 새벽에 안자는 사람도 있남?

      "네..그럴껄여.."하니깐 아기 좀 깨운다고 놀라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는 무슨 전기 충격기(?) 같은걸로 배 여기저기 몇군데 갖다 댄다

      뜨아아아..놀라지 말라고 얘기 안해줬음 진짜 놀랐을꺼이다

      정말 무슨 전기 충격요법처럼 드르르르르..배 전체가 울린다..

      난 그렇다치고 아기는 놀랐을 법하다 아마 자고 있었다면 무슨 일인가 빨딱 깼을 것이고..

      이렇게라도 깨우면 빨리 나오는 건가?

       

      이런저런 중에..우헤..신랑이다

      호서방 반갑소..

      나랑 비슷한 가운을 입었다..더 반갑구려..

      이미 나 혼자서 너무 많을 일을 치러낸 듯 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몽땅 재잘거린다

      진통오면 이 앙 깨물고 진통하고 진통 멎으면 수다떤다..ㅎㅎ

      근데 아이고..된장..진통이 허리로 온다

      무통주사관 삽입한 이후부터 허리가 욱신 거리더니 진통 올 때마다 허리랑 척추가 아푸다

      배아푼건 명함도 못내밀겠다

       

      또..내진..

      으아..

       

      언제쯤 아기 낳을 수 있을까..호서방이 간호사한테 묻는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10시나 11시 경에는 낳을 수 있을 꺼라 한다

      아무튼 반갑다..지금이 오전 6시.. 한 네시간만 더 버티면

      우리 뚱땡이를 볼 수 있구나 생각하니..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그때부터 열시간 뒤, 4시 넘어 뚱땡이 봤당 ^^;;)

       

      가족분만실 청소가 끝났는지 드뎌 옮기자 한다

      호서방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선다

      분만대기실 내에..여닫이 문으로 된 가족분만실이 2갠가 3갠가가 있는거 같다

      가족분만실..

      들어서자마자 휙 둘러본다..

      넓은데다  밖이 내다보이는 창도 자그마하니 나있고

      오디오도 있고 조명도 좋고 보호자 앉을 수 있는 소파도 있다

      뭣 보다 옆에서 신음하는 다른 산모들 소리를 안들을 수 있어서..좋다

      음..맘에 쏙 든다

       

      침대에 누우니 이불까지 덮어준다

      아늑한게..졸리다

      자궁수축이랑 아기심장소리 확인하는 기계장치를 다시 한다..

      우리 뚱땡이..힘차게 뛴다

      우리 아기..힘내라..

       

      으앗..쉬야가 마렵다

      간호사한테 말하니..소변통을 가져다 준다 (_ _ ;)

      완전히 중환자 취급이당..

       

      신랑이 친정에 전화를 한단다

      빨리 오시면 뭐하냐구 난 계속 나중에 걸라 했지만

      8시..전화를 한다..오신단다

      전화거는 걸 보니 바로 맘이 바뀐다 엄마가 빨리 왔음 좋겠다

      또 졸리다

      우리 호서방 감기가 단단히 걸렸다..아풀텐데..좀 자두라고 했다

      옆 소파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참 불편한 자세로 30초 만에 곯아 떨어진다..

      이놈의 진통은 아직도 5분 간격이다

      호서방 코고는 소리가 살짝 들린다..

       

      간호사가 들어온다..뻔하다..내진..

      미칠 것같다

      어..아까 그 간호사가 아니네..퇴근했단다..

      이 간호사도 친절하다

      그렇지만 내진은 가차없다 ..잔인한 그녀..

       

      이제 3cm 열렸단다..

      헉..진행이 많이 늦단다..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진 중 간호사가 뭔가를 꼬집는다..

      그러구나니 무슨 물풍선에서 물 쏟아지듯이 콸콸 뭔가 흐르는 느낌이 난다

      "양수 터졌어요.." 간호사가 말한다

      터진게 아니라 터트린거 같구만..

      암튼 뚱땡이 걱정이 된다..갑자기 자기 환경에 변화가 생겼으니

      나만큼이나 두려울까봐..

       

      11시가 다 되어간다 엄마가 오셨다

      그 이뿐 간호사의 말대루라면 지금쯤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한다

      근데..여전히 진통 5분간격..

      간호사가 가끔씩 들어와 소변줄을 꽂아 소변을 빼 내 준다

      마신 것두 없는데..포도당 주사를 맞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아푸기도 하거니와 소변 빠지는 소리가 졸졸 난다..민망하다..

       

      또 간호사가 내진을 한다

      어떻게 말로는 할 수 없는 고통이다

      자궁이 이렇게 안열릴 때는 이런 잦은 내진이

      자궁문을 여는데 도움이 된다 하니..또다시 함 꾸~욱 참아본다

      아직 3cm.. 진통은 더 강해지고..

       

      11시.. 드디어 무통주사를 맞는다

       

      어라..희안하다

      한 10분쯤 있으려니까 그 지긋지긋한 진통이 싹 사라진다

      앗싸..이럴 줄 알았으면 참을만 하냐고 간호사들이 계속 물어볼 때

      미련하게 참지 말고 아파 죽겠다고 하는건데..

      언넝 놔 달라고 할껄..지금까지 진통을 한 그 긴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고

      더 빨리 안 맞은게 후회가 된다

       

      계속되는 내진..

      무통주사 덕에 이젠 내진도 참을 만 하다

      이럴수가..지옥과 천당 사이..바로 이런거였구나..담당의사셈 말이 이해가 된다

       

      아침도 못먹은 신랑..이대로라면 언제 뚱땡이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무통 맞았을 때 밥 묵고 오라고 했다..거의 엄마와 내 성화에 떠다밀려 나간다..

      엄마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나 애기 낳을땐 엄마는 나가계시라고 해야지..생각한다

      나는 내 딸을 낳느라 고통을 감수하지만

      엄마는 엄마딸이 산고를 겪는게 맘 아푸실테니까..

       

      갑자기

      아기 심장소리가 안들린다

      움직이다가 배쪽에 대어둔 장치가 떨어진 모양이다

      그냥 놔둬두 될 것 같은데

      엄마가 불안하신지 문을 열고 간호사를 부른다

      "저..아가씨..이것 좀 봐주세요"

      그런데 간호사는 안보이고 밖에서 퉁명한 목소리만 들려온다

      "저 아가씨 아닌데요!!"

      앗따 승질은.. 아가씨라 했다고 쏘아붙이긴..

      어른들은 잘 모르시니까 그렇게 부를 수도 있지..감정있어 그런 것두 아니구.. 쩝..

      엄마가 너무 미안해 하시며 다시 부른다는게

      "어...그럼 언니.."

      이번에도 뚱하니 반응이 없자 당황하신 엄마..

      "저..어기 그럼..간호사..님, 아니 선생님....."

       

      이런..(__;) 다 나온다..

       

      아픈 와중에도 화가 치민다

      도대체 어떤 간호산지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응급실 분위기와 다를 바 없는 이런 분만 대기실에서

      산모상태는 뒷전이고

      딸래미 걱정으로 정신없으신 보호자한테 호칭 가지고 신경질이라니..

      누워있는 나까지 이토록 민망하게 만드는 저놈의 간호사.. 도대체 뭔가 싶다

      자질까지 의심스럽다..

       

      들어온다 그 간호사..

      역시 얼굴도 젤 못생겼다

      뭐라뭐라 말하는데 영 꽝이다

      다른 간호사들은 다 친절하고 말투도 부드러운데 이 못생기고 성격 나뿐 간호사는

      말투도 짜증이 난다

      바로 나가서 다행이다 다신 안들어왔으면 좋겠다

       

      다행히 다른 간호사가 계속 체크하며 어떠냐고 묻는다

      안아파서 안아프다고 얘기했다

      옆방 산모는 무통을 놔도 아프다고 난린데 나는 너무 느낌이 없어하니 약을 좀 줄인단다

      진통을 좀 느껴야 힘이 들어가 진행이 된단다

      약발 잘 받는 것도 이럴 땐 좋은 것만은 아닌가보다

      으..괜히 안아프다고 했는갑다..약을 줄이니 바로 진통이 느껴진다

       

      1시..

      내진을 해봐도 진행이 없으니

      간호사가 아예 무통을 빼 버린다..달랑 두시간 덕봤다..ㅜㅜ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된다

      진통이 오면 주문을 외듯이 중얼거린다

      '아자아자..할수있다할수있다..주여주여..아싸아싸..까짓거까짓거'

       

      이렇게 징하게 아푼데 왜 다들 자연분만 하라고 한건지..그 와중에

      자연분만 한 칭구들이 야속해진다

      이렇게 아푸다고 왜 아무도 얘길 안해준거얌..

      김지현이 박은하 내가 살아서 나가면 다 죽었써잉..

       

      점점 더 강해지는 진통에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다

      호서방이 보기가 안됐는지 와서는 손을 잡아준다

      몸에 손이 닿으니 더 아푸다

      소리를 지르면 아기가 놀란다는데..머리로는 참아야지 하면서 입으로는 비명이 나온다

      으~아아~

      아직도 멀었나..이 정도면 된거 같은데..정말 된거 같은데..

       

      간호사가 힘주는 법을 알려준다

      왼쪽 옆으로 누워 손으로 손잡이를 잡아주고 발을 힘주기 편하게 대준다

      진통이 오면 열을 셀동안 힘을 줬다가 숨을 내뱉었다 들이마시고 다시 반복하란다

      보호자가 옆에서 도와주라한다

      첨엔 엄마가 와서 떨린 목소리로 열을 세 주는데 넘 천천히 세줘서 힘주다 죽을꺼 같다

      호서방이 교대한다

      역시 침착하고 이성적인 호서방..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침착한 어조로 열을 세어준다

      호서방의 성격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구나..

      온몸이 땀 범벅이다

      정말 제일 힘든 순간이었지 싶다

      이를 악물고 비명을 지르며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고 또 빈다

      죽을꺼 같은 진통이 지나가면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음에 올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한다..소름 끼치도록..

      진통이 지나가고 잠깐 사이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터진다

      엄마도 있고 해서 정말 꾹 참고 싶었는데 저절로 울음이 난다

       

      그 와중에도 내진은 계속된다

      칼날을 세워서 내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순간..정말..누가 와서 날 죽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간호사들이 번갈아 들어와 진행상태가 어떤지 살핀다

      힘주기를 도와주며 내 발을 자신들의 어깨에도 대어주고 심지어는 가슴에도 대어준다

      내가 그 발을 밀며 힘을 주니 그녀들의 온몸에도 멍이 들법 한데..모두들 열심히 도와준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줘도 계속 힘주라는 소리만 들린다

      얼굴에 힘주지 말고 항문에 힘을 주란다.. ㅡㅡ;;

       

      도대체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반 쯤 정신이 나갔는데 어떤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고 있는데 자꾸 눈을 뜨란다..

      눈을 떠보니 아까 그 성질머리 못된 간호사의 얼굴이 내 코앞에 와있다

      정신도 없고 아파죽겠는데 무슨 대학 강의 하는 투로 따박따박 뭐라뭐라 말하면서

      정신차리고 눈뜨고 힘주라고 눈앞에다 얼굴 들이대고 윽박을 지른다

      따귀를 한 대 날려 주고싶은걸 정말 가까스로 참았다..

      왜 그리 얼굴을 들이밀고 말하는지 그 와중에서도 입냄새가 난다 ㅡㅡ;

       

      밖에서도 산모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비슷한 시간에 아기를 낳는 소리가 들린다

      아기울음소리..

       

      응애 한번..

      응애 두 번..

      초조해진다..나만 못낳고 있는거 같다

       

      우리 뚱땡이 머리카락이 보인단다

      '머리카락을 좀 잡아댕겨주세요..제발'

       

      산모도 아기도 너무 힘들어 한다고 간호사들이 내 배를 손으로 눌러서 도와준다

      정신이 번쩍 든다

      아기가 힘든건 산모의 고통에 열배라는데..지금 우리 뚱땡이는 얼마나 아플까..

      소리조차 못지르고 벼텨내고 있을 아기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푸다

      내가 힘을 안내면 우리아가는 어떻게 되는건가..

      힘을 내자 우리 이제 곧 만날텐데..이렇게 고생하고 수술할 수는 없다..

      모성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죽을 힘을 다한다고 하나..정말 힘을 다해본다

      고참 간호사가 힘 잘준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 순간엔 그 한마디가 어찌나 반가운지...

      정말..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출산중인 산모도 미소짓게 만드는구나..^^;

       

      호서방이 보인다

      이 긴시간 계속 함께있는게 정말 큰 힘이 된다

      호서방없이 없이 나혼자 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간호사들이 분주하다

      조명을 줄이고 아기 받을 준비를 하는 듯 했다

      가까스로 물어본다

      "아기 나오는거예요?"

      "예..이제 낳을꺼예요.." 간호사의 말이 너무 반갑다 아니,구세주를 만난 것 같다

      엄마를 나가시게 했다

       

      그제서야 의사가 온다

      열달 동안 내가 진료 받았던 의사는 오늘 지방으로 세미나를 갔대나 어쨌대나..

      다른 의사가 왔다..

      의사가 오니 힘주라고들 난리다..아기 머리가 보였다 안보였다 한단다..

      정말 티비에서 본 것처럼 "조금만 더..조금만 더.." 간호사들이 소리를 지른다

      칼로 북북 찢는 느낌도 난다

      이젠 그런것들은 하나도 안아푸다

      옛날에 엄마가 애기 낳는 고통에 대해 얘기해주실 때

      칼로 찢는 느낌이 시원할정도였다..고 말해준적이 있다

      그땐..에이..설마..했었는데

      나도 지금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힘이 빠지고 아득해진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

      수술을 해야겠구나 싶었다

      다 포기하고 싶었다..포기..하자..

       

      바로 그 순간,

      희미하게 의사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한번만 힘 주면 나올꺼같은데.."

       

      그 들릴 듯 말 듯한 중얼거림에 정신이 확..

      정말이지 화~악 든다

      이번에 사단을 내자..

       

      너무 아푸니 비명소리가 입밖으로 안나온다

      속으로.. (으...)

      .

      .

      .

       

      응애~ 응애~

       

      울음소리가 들린다

      정말 우렁찬 울음소리..

      세가지 생각이 들었다

       

      울음소리가 정말 크구나

      정말 응애..하고 우는구나

      내가 이리 고생한게 다 저녀석 때문이구나..

       

      탯줄 자르라는 의사의 말이 들리고 버버벅 헤메고 있는 호서방의 모습도 보인다

      낳자마자 정신이 이리 말똥해지다니..신기하다

      3월 16일 16시14분 여아 3.38kg 52cm..

      불러주는게 다 들린다

       

      아기를 가슴에 올려준다..

      따.뜻.하.다

      그리고

      허걱..무겁다 ^^;;

       

      이 순간을 늘 상상하며 해줄 말을 준비했었는데

      막상 닥치니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호서방이 나한테 "고생했어.." 한다

      나도 뚱땡이한테 말한다

       

      "뚱땡아..고생했어.."

       

      엄마도 들어와서 나더러 고생했다며 대견해 하신다..

      엄마라는건 이런거구나..난 내 딸을 걱정하고 엄마는 엄마 딸을 걱정한다..

      갑자기 자연분만을 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아가야..

       

      내가 널 낳았다는게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네..

      그래도 널 만난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벅차다

       

      나보다 더  힘들었을 우리딸..대견하다..

       

      앞으로 자~알 부탁한다...^^

       

        

       호서방이 첫날 찍은 사진..넘 흥분하셨나요..사진이 다 흔들렸시용~~

                                                                               

      < 뚱땡이 감동출산기 끝.. >